아는만큼 보이는 SB 덩크의 디테일

기생충에는 봉테일, 나이키에는 덩테일.

SSOLDOT's PickMonday, Mar 9, 2020

출처: Nice Kicks

에어 조던 1이 요즘 세대의 주 컬렉션이라면 2000년대 초반에는 무엇이 나이키 스니커 팬들의 주요 수집 품목이었을까? 에어포스 1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뻔하고, 에어 맥스 시리즈 역시 거듭된 변화와 함께 흔한 신발이 되었다. 그러나 덩크 시리즈는 모두에게 익숙한 나이키의 신발이지만 모두가 자주 신는 신발은 아니었다. ​색깔놀이의 대명사​로 칭해지는 덩크는 없던 수집욕도 불러일으킨다.

그중 나이키 SB가 재구성한 덩크는 힙스터들의 주요 컬렉션이 되었다. 흔히 SB 덩크라 불리는 이 라인업은 설포, 발목, 그리고 신발 끈에 쿠셔닝이 추가되고, 깔창에 줌 에어가 장착된 보더화로 진화했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스니커 편집숍이 아닌 특정 보더샵에만 소량 발매된다는 점이 이 라인의 특징이다.

각 컬러마다 자유분방한 느낌을 선보이는 SB 덩크에는 세심한 디테일과 몰랐던 스토리가 숨겨져 있다. 지금부터 섬세함이 돋보이는 역대급 SB 덩크 5종을 만나보자.





1. 우아한 민트색에 어울리는 닉네임, 티파니
나이키 SB 덩크 로우 x 다이아몬드 서플라이 컴퍼니, '티파니', 2005년

출처: Nice Kicks

이름부터 아름답게 느껴지는 ​티파니​라는 닉네임의 이 SB 덩크는 Diamond Supply Co.라는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프로 스케이터인 Nick Tershay의 작품이다.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이 스니커는 민트색과 은은한 광택의 검정색 크로커다일 패턴, 은색 스우시까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티파니앤코의 시그니처 블루 박스
출처: Tiffany & Co.

보통 특정 인물이나 브랜드의 협업 제품인 경우 그의 명칭이 제품의 별칭으로 불리는데, 이 제품의 경우 민트 컬러가 주얼리 브랜드 Tiffany & Co.의 시그니처 컬러와 흡사하여 마니아들 사이에서 '티파니 덩크'라고 불린다. 발매된 지 15년이나 지났지만, 영롱한 색감 때문에 현재 리셀 시장에서 200만 원 이상의 엄청난 가격대에 거래되고 있다.




2. 제2의 슈프림 x 루이비통을 기다리며
나이키 SB 덩크 하이 x 블랙 쉽, '페이드 인 풀', 2014년


출처: Nice Kicks

힙합의 황금기라 불리던 8~90년대의 대표 힙합 듀오 Eric.B & Rakim의 명곡 Paid In Full을 헌정한 SB 덩크이며, 구찌 풍의 SB 로고와 색의 조합은 명품 부틀렉의 원조 Dapper Dan이 만든 옷을 오마주해 과거 스트릿 아티스트들에게 리스펙을 표했다.



88년도에 Rakim과 Eric B.가 입은 Dapper Dan의 구찌 부틀렉
출처: NYTimes Magazine

화려하면서 힙한 이 제품의 컬러웨이는 디테일에 들어간 레드와 그린 컬러의 조합까지 구찌를 모티브로 삼았다. 그러나 정식 발매일 전 구찌사의 이미테이션 문제 제기로 인해 발매 예정이었던 제품이 발매 취소됐으며, 이후 전량 수거되었다.

그러나 유럽이나 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북미권을 포함한 전 세계 발매 이전에 공식 선발매가 이루어져 소수의 대중에게 유입되었다. 지금도 StockX 등의 리셀 시장에서 대략 50만 원 선에 구매 가능하다. 실물을 보고도 믿기 힘들었던 에어 디올 스니커처럼 머지않아 실현될지 모를 구찌와 덩크의 실제 협업을 기대해 보자.




3. 바의 은밀함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포커칩
나이키 SB 덩크 하이 x 블랙, '블랙 바', 2018년


출처: HYPEBEAST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와 롱비치에 위치한 모던 바 블랙의 협업 제품이다. 항상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Neckface가 디자인에 참여했다. 검은색 스웨이드와 은은한 광택의 가죽이 어두운 바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스우시와 위쪽 날개 안쪽에 기하학적인 패턴의 디테일을 두었고, 뒤축은 물론 중창 측면에도 블랙 바의 로고를 배치했다.


설포에 숨겨진 블랙 포커칩
출처: Damage Boardshop

얼핏 보기에 이 스니커는 어두운 색감의 단조로운 컬러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제품은 은밀한 디테일의 끝을 보여준다. 제품 양쪽의 설포 뒷면에는 각각 숨겨진 주머니가 존재하는데, 그 안에는 검은색 포커칩이 들어있다. 이 칩을 캘리포니아 보더들의 성지인 블랙에 방문해 보여주면 당신에게 보드카를 한 잔 내어 줄지도 모른다.




4. 외계인과 음모론, 믿거나 말거나
나이키 SB 덩크 로우, '로스웰 레이건스 - 홈', 2005년

출처: Nice Kicks

2002년 나이키의 광고 영상 콘텐츠에 사용된 가상의 농구팀 로스웰 레이건스를 모티브로 한 SB 덩크이다. 팀의 대표컬러인 다홍색과 망고색의 강렬한 조합과 주경기장에서의 매치를 뜻하는 검은색 베이스 컬러가 매력적인 제품이다. 뒤축 측면에는 팀의 마스코트인 레이저건 양손에 든 농구공 머리의 외계인이 자리 잡았다.

로스웰은 미국 뉴멕시코주에 위치한 지역으로, 1947년 UFO 추락 사건과 관련된 불가사의한 장소이며, 레이건스(Rayguns)라는 팀 이름은 외계인의 주무기인 레이저건(razor gun)을 줄여 작명되었다. 레이건스는 1975년 ABA 시절 밑바닥에서 웃음거리였던 팀이 30년 후 미래에서 날아온 올스타 라인업으로 연승을 이어나갔다는 다소 유치하…지만 독특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나이키 SB의 설립자 Sandy Bodecker
출처: Zupport

이 스니커가 SB 덩크 역사에 중요한 점은 나이키 SB 브랜드의 창시자인 故 Sandy Bodecker가 타이다이 패턴의 레이건스 후드셔츠와 함께 즐겨 신던 신발이었다. 몇몇 팬들은 'SB'의 풀 스펠링이 Skateboarding이기 이전에 Sandy Bodecker의 이니셜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 인물로 꼽는다.




5. 반려견 뒤에 드리운 자욱한 연기
나이키 SB 덩크 하이, '워크 더 도그' or '도그 워커', 2019년


출처: Nice Kicks

Walk the dog. 반려견을 산책시키다. 미국 드라마에서 엄마가 하루 종일 집구석에 틀어박혀 뒹굴거리던 아들에게 “강아지 산책이나 시키고 와!” 라고 할 때 외칠 멘트다. 이 제품 패턴의 조합은 조그만 강아지만큼이나 귀엽다. 잔디를 형상화한 청록색 스웨이드 재질의 어퍼와 강아지의 털을 연상시키는 송치 원단의 세 가지 패턴이 특징이다. 옆면을 감싸는 빨간색 스우시는 목줄을 표현했고, 뒤축의 고리에는 뼈다귀 모양의 펜던트가 강아지의 목방울처럼 걸려있다.


밑창에 들어간 (똥)갈색 디테일
출처: Nice Kicks

이 스니커가 재미있는 점은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강아지의 배변을 돕는다는 점이 묘사되어 있다는 것. 반투명의 밑창에는 갈색 프린트가 부분적으로 들어가 실수로 강아지 배변을 밟은 듯한 느낌을 살린다. 설포의 로고 안쪽에는 SB라는 레터링과 함께 똥 모양의 그래픽이 숨겨져 있고, 추가로 지급되는 여분 끈 역시 일반적인 지퍼백 대신 강아지의 배변 봉투와 비슷한 녹색 비닐 안에 황갈색 여분 끈이 돌돌 말아져 있다. 다행히도 냄새가 나지는 않는다!

이 제품의 발매 시기와 이름에 숨겨진 또 다른 스토리가 있는데, 4월 20일에 발매한 이 스니커는 미국의 'Weed Day'를 기념하여 발매되었다. weed는 속어로 대마초를 뜻하며, 갑피의 거친 질감의 녹색 가죽 또한 말린 대마초를 상징한다. 이 스니커의 다른 닉네임 역시 'Dog Walker'인데, 이는 대마초의 독특한 이름 중 하나이다.




최근 트래비스 스캇의 콜라보 SB 덩크 제품이 공식 발매되고 과거에 인기 있던 컬러웨이의 SB 덩크가 연이어 공개되며 SB 덩크의 시대를 되찾고 있다. 조던 1 시리즈가 날렵하고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면 SB 덩크 시리즈는 두툼하고 포근한 이미지를 남긴다. 조던 1을 스키니한 바지 핏에, 덩크를 박시한 바지 핏에 적절히 매칭시킨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연이어 발매될 덩크를 마음에 드는 컬러와 룩으로 믹스매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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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SSOL. CREW
MadMax 이 구역의 미친놈은 나야.
컹나물 아낌없이 주는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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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뚱인데요Mar 10, 2020

    덩크갖고싶다

  • 쉬프트55Mar 16, 2020

    잘봣어유